'아내가 결혼했다'를 그야말로 '단숨에' 읽어치웠다...
축구에 도무지 터럭끝만한 관심도 없는 내 입장에서 그 자체라면 충분히 불편하고 거슬릴 수 있는 에피소드들마저도 컨텍스트 속에 녹여낸 빼어난 솜씨... 정치적 견해를 같이하는 친구들이 흔히 그러하듯 입에 거품물며 김수현을 성토할 때 곤혹스럽게 현존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드라마 작가에 대한 경의를 감추지 못하며 늘어놓게 되는 김수현예찬론의 핵심적 부분에 내 경험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근접한 위트 넘치는 독설들... 그 이면에 깔려 있을 젠더화된 현실에 대한 세심하고도 예리한 통찰... 하루종일 낄낄거리며..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무릎을 치고 박장대소를 하며... 신나게........................... 읽었다. 최근 10년 안에 읽은 소설 중에 최고라는 평가를 하기에 주저할 이유도 없고.. 심지어 향후 10년 동안 이런 소설 구경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도 마다하지 않을 지경이다..
그런데 그렇게 신나게 읽고 났는데.. 허탈하다...
결국 이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단 말이지... 여기선 안 된다 이거지...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은.. 꿈도 못 꾸는 일이란 말이지...
이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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