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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 땅에 마리화나를 허하라"
작성자 똥개

정초에 급격히 감소했던 담배의 판매량이 다시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해서 2월 말이면 완전히 평균 수준을 회복하게 된다는 꽤 그럴듯하게 들리는 속설이 있다. 새해를 빙자해서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대부분의 경우 작심삼일이 채 두 달을 못 넘기더라는 것은 굳이 구체적인 통계 수치의 근거가 생략되어도 누구나에게 무리없이 경험적 진실로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담배값 인상으로 흡연율을 낮추겠다는 시도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실은 더 두고봐야 할 일이다. 지금도 담배를 입에 물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입장에서 보자면, "흡연율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서 공연히 가뜩이나 가벼운 주머니를 더 가볍게 한다"는 볼멘 소리들이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새해 아침의 굳은 결심도 한꺼번에 20퍼센트 이상 올려 버린 담배값도, 적지 않은 사람들을 오랜 '벗'으로부터 떼어 놓는 데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클 것 같다.

그런데, 만일 어느날 갑자기 담배의 제조·판매·소지·사용을 모두 범적으로 금지해 버린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물론 정부가 담배인삼공사의 막대한 수익에 덧붙여 흡연율을 낮추겠다며 턱업이 올린 세금 수입을 포기해야 가능한 일이긴 하겠지만, 명백하게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 담배가 버젓이 '기호품'으로 소비되는 꼴은 못 보겠다는 발상을 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나아가 담배가 금지된다고 할 때 알콜이 함유된 음료(일상 용어로 '술')를 제조·판매·소지·사용을 금지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별로 없다. 명백하게 알콜은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이나 타르보다 인체에 훨씬 더 유해한 '약물'이기 때문이다. 흡연자를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쯤으로 몰아세우는 작금의 폭압적인 금연 캠페인의 추이를 보자면 흡연이 '범죄'가 되는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공포감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게 말이 쉽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아무래도 의심스러운 분들께는, 대마초가 도대체 언제부터 또 어떤 과정을 통해 하루아침에 '금지 약물'의 신세가 되었는지에 관한 역사적 기록들이, 권력을 가진 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생한 증거가 되어 줄 것이다.

<대마를 위한 변명>은 결코 대마초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려는 책이 아니다. 대마초는 담배나 술 또는 심지어 커피를 비롯한 카페인 음료가 그러하듯이, 의심할 나위 없이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그 해로운 정도는 담배에 비할 바가 아니며 알콜과는 더더욱 비교가 안 된다. 정초부터 턱없이 오른 담배값과 건강을 염려해 주는 척하는 온갖 협박에도 굴하기 않고 꿋꿋이 흡연을 계속 함으로써 비흡연자들의 눈총을 감수하든지, 아니면 핑계 김에 금연을 단행해서 범국민적인 금연 캠페인에 들떠 있는 비흡연자들의 환영을 한 몸에 받든지가 개인의 선택의 문제이듯, 대마초가 몸에 해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대마초를 멀리할 수 있다. 요컨대 대마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대마초를 피우라고 권장한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니코틴이나 알콜이 '금지 약물'이 아니라고 해서, 권장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엄청난 비약인 동시에 현실적으로도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억지일 것이다. 더구나 대마초가 담배와 다르게 취급되어야 할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러니까 담배도 피우지 말라는 식으로 대꾸하는 것은 '논점 일탈의 오류'를 들먹일 가치조차도도 없는 '몰상식'이다.

하지만 내가 이 책에 새삼스럽게 주목하게 된 것은, 이전부터 막연하게나마 짐작하고 있었던 이 책의 내용 때문만은 아니다. 이 책의 보도 자료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너무나 당연히'(!) 이 책이 번역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만큼 국내 저자의 저작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너무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때마침 이 책의 출간되고 채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영화배우 김부선씨가 대마관리법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거니와, 이제 대마초에 대한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는 더이상 가로막을 수 없는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 틀림없이 우리 사회 안에서 전개되는 사회적 의제에 관한 레퍼런스들이 온통 다른 나라 사람들의 것으로만 채워질 수밖에 없다면 문화적으로 그보다 더 불행하고 참혹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의 출현이 무척 자랑스럽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아직 뾰족한 치료법이 없다는 녹내장으로 인해 실명을 앞두고 있는 어느 지인의 모습을 떠올렸다. 대마초 금지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조차도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되는 주가 있다는데, 언제나 종주국보다도 한 술 더 뜨는 이 나라의 한심한 처사에 분노가 일지 않을 수 없었다. 말기 암 환자에게는 모르핀도 진통제로 투여할 수 있는데, 녹내장 환자의 실명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다면 대마초를 사용하게 하는 게 무슨 큰일날 일이겠는가. 하물며 이 책에는, 내게 담배 대신 대마초를 달라고 거리낌없이 주장할 수 있을 만큼이나 담배보다 몸에 훨씬 덜 해롭다는 근거가 설득력 있게 제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고, 대마초 규제가 완화되면 치솟는 담배값조차 가로막지 못한 '니코틴 애호'를 당장 끊겠다고 작심할 사람이 어디 나 하나뿐이겠는가.

이 책은 대마초가 금지 약물로 자리잡는 과정에서 듀퐁 및 허스트와 관련된 매우 설득력이 높은 몇 가지 흥미로운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나만큼이나 이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는 누군가의 평에 의하면 가장 결정적인 음모론을 빠뜨리고 넘어갔다고 한다. 만일 대마가 합법화된다면 순식간에 날아가 버릴 국제적인 밀거래 조직의 막대한 이권에 결부된 '블랙 커넥션'에 대한 의혹이 그것이다. '금지'란 언제나 누군가에게 '독점'의 특권을 선사하는 법이다!

발표지면 기획회의, 2005.1.20.
단행본수록 미수록
대상 유현, <대마를 위한 변명>, 실천문학사,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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