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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삼순이'들에게 희망을?
작성자 똥개

문화방송의 새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방송 초반부터 풍성한 화제거리를 만들어내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몇 년 전의 <아줌마>에는 아무래도 못 미치겠지만, 오랜만에 '도무지 현실에 있을 법하지 않은' 허구적 인물이 아닌 일상 속에 펄펄 살아숨쉬는 인물의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과 갈등의 과정을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자아내는 드라마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이 드라마는 전통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 문법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고, 이미 '해피 엔딩'은 에정되어 있다. 안데르센의 <미운 오리 새끼>의 변주에 지나지 않는 줄거리가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그저 김삼순이라는 이름이 상징하듯 (적어도 결혼 시장의 거래 조건으로) 무엇 하나 변변히 내세울 것 없는 주인공의 캐릭터가 '미운 오리 새끼'의 적나라한 실상을 형상화하는 데 설득력을 부여할 뿐이다. 그래서 수많은 이 땅의 '삼순이'들은 드라마 속의 삼순이에게 쉽사리 감정이입을 하고 그와 함께 울고 웃으며 그에게 갈채를 보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드라마 속에서 예정된 '해피 엔딩'이란 실은 그 '삼순이들'이 꿈꾸는 판타지에 다름아닐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되는 꿈은 동화 속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삼순이가 좌충우돌의 우여곡절 끝에 꿈에도 그리던 '사랑을 이루는' 행복한 결말은 드라마 속에서나 가능한 것이며, 현실의 '삼순이들'이 그 꿈을 이룬다는 것은 어쩌면 로또 당첨보다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삼순이'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삼순이'에게 열광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수많은 현실의 '삼순이'들을 여전히 삼순이인 채로 남겨 두고 혼자서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 되어 버리도록 운명지워진 드라마 속의 김삼순은 과연 '삼순이'인가.


도대체 삼순이들은 왜 '삼순이'가 되어야만 했을까. 혹시 바로 이런 드라마들이 싸구려로 팔아먹는 판타지에 속없이 도취한 자승자박의 결과는 아닐까. 언젠가 백조로 변신할 '해피 엔딩'을 향한 꿈에서 깨나지 못한다면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삼순이'일 수밖에 없었던 것뿐이지, 만일 전혀 다른 꿈을 꾼다면 더이상 '삼순이'일 이유가 없지 않을까. 얼핏 보면 '삼순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듯 보이는 이 드라마가 실은 결코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 아닌 현실의 '삼순이'들을 속 보이는 '병 주고 약 주기'로 우롱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즉 '삼순이'들은 드라마에 갈채를 보낼 것이 아니라 침을 뱉을 일이다. 극중 삼순이의 대사처럼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냐?"라고 화를 낼 일이다. 정작 당신을 '삼순이'로 만들고 있는 것은, 당신의 진정한 가치를 몰라주는 허접한 남성들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의 사랑을 포기할 수 없는 당신의 판타지다.

발표지면 미즈엔, 2005.6.
단행본수록 미수록
대상 내 이름은 김삼순,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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