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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모델'은 만능인가
작성자 똥개

2년 전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첨단 정보화 사회’가 도래하고 있음을 선포하고 ‘지식 기반 산업’의 육성을 다짐하면서 ‘신지식인’을 새 시대의 지식인상으로 힘주어 강조하였다. 때마침 우연히도(!) 서력 기원 연도의 천 년 주기의 앞 자리가 바뀌는 와중에, ‘새 천 년’을 맞이하는 축제 분위기 속에 ‘새 시대’ 도래의 현실감은 한껏 증폭되었다.

‘신지식인’이란 한 마디로 말해서 돈이 되는 지식과 정보를 생산하고, 실제로 그것을 이용하여 돈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많이 배울 필요도 없고, 내세울 만한 학벌이 없어도 된다. 그저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생산하여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건네줄 수 있으면 된다. 말로 풀어놓으니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여기에는 실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선 매우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필요로 하는 그 어느 누구도 그것을 돈을 주고 사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정보가 있다. 나아가 때로는 사회 전체로 보아서는 분명히 필요하고 또한 유용한 정보라 할지라도, 그것을 실제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에 한정되는 정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정보가 사회 전체에 대하여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들 극소수의 사람들이 사회 안에서 그러한 정보를 담지하고 있는 자신의 존재를 ‘돈이 되든 안 되든’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는 이런 특수한 정보를 비롯한 어떤 종류의 정보들은, 설령 제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적절한 가격으로 구매해 준다고 해도 결코 이윤이 남지 않을 만큼 생산 비용이 턱없이 높을 수도 있다. 가장 폭넓게 말해서 소위 ‘인문적 교양’이라고 일컬어지는 범위에 들어갈 수 있는 정보들이 바로 이런 경우에 속한다.

이런 정보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며, 그런 정보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해도 ‘먹고 사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다만 보다 고양된 삶의 질을 위해서 ‘여유가 허락하는 대로’ 갖추어 둘 수 있다면 좋겠지만, 굳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 가면서까지 구해야 할 만큼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심지어 이런 정보들은, 적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고 사는’ 일과 상관이 없으면 없을수록 꼭 그만큼 생산 비용이 엄청나게 올라간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일정한 수준의 ‘인문적 교양’을 가지고 있다면, 흔히 인터넷 매체의 장점이라고 얘기되는 ‘자발성’이나 ‘아마추어리즘’의 힘만으로 얼마든지 양질의 정보가 생산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조건 속에서는 그러한 정보의 생산에 종사하는 특별한 집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집단이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교양’ 수준보다 높은 수준의 ‘교양’을 스스로 유지하고 그것을 유효적절한 방법으로 표현해 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생계비에 더하여 ‘먹고 사는 일에 당장은 필요하지 않은’ 고급 정보를 일상적으로 축적할 수 있을 만큼의 여유가 확보되어야 한다.

이제 현실을 보자. 얼마 전 ‘인터넷 정론지’를 표방하던 한 웹진이 업데이트를 중단하고 휴면(休眠)에 들어갔다. 사정을 아는 이들의 전언에 의하면 꽤 장기간의 휴면이 되거나 영영 깨어나지 못하고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토론 전문 사이트’의 기치를 들고 거기에 덧붙여 ‘지역 기반 네트워크’의 모범으로까지 평가받던 또 하나의 사이트의 관리자가 운영을 포기하는 사태가 이어졌다. 당장 사이트가 폐쇄되지는 않았지만 운영의 공백이 장기화된다면 부실이 침체를 부르고 침체가 부실을 낳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주지하다시피 ‘수입 구조’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비록 소규모일망정 개인 홈페이지도 아닌 ‘공론장’의 성격을 가진 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해 관리자 개인의 ‘헌신적인’ 열정 말고는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런 사이트들은 획기적인 ‘비지니스 모델’을 개발하여 제시하지 않는 한 최소한의 수입 구조를 만들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아니 감히 단언하자면 그런 ‘비지니스 모델’ 따위는 그 어떤 천재적인 ‘신지식인’도 제시할 수 없다. 상업적인 이윤 동기가 개입하는 바로 그 순간 지금까지 이 사이트들이 나름대로 지켜왔던 독자적인 정체성이 뿌리부터 위협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실용적인 생활 정보’가 아닌 ‘인문적 교양’을 매개로 하는 사이버 커뮤니티는 그 존재 기반에서부터 심각한 딜레마를 안고 있다. 대중들의 참여에 개방될수록 독특한 색채가 사라지고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그저 어디에서나 쉽게 마주칠 수 있는 잡동사니 정보의 집합소로 전락할 위험이 커진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위험을 차단하고 완고하게 자신의 색깔을 유지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결국 고사(枯死)의 위험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이 와중에도 대규모 자본의 투자를 등에 업고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 사이트들이 내세우는 ‘고급 정보’와 ‘토론’을 매개로 하는 사이버 커뮤니티라는 원대한 구상도, 그 앞날이 그리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PC통신의 초창기에 사이버 여론을 주도하며 숱한 ‘통신 논객’을 탄생시켰던 텔넷 서비스들의 ‘플라자’란이 어떻게 ‘정크’화 되어갔으며 그 과정에서 오히려 정작 ‘경쟁력’을 가진 ‘통신 논객’들의 외면을 받게 되었는지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신지식인론’이 내포하는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돈 되는 지식만 지식이냐’는 일부 지식인들의 치졸한 항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인문적 교양’과 같은 돈이 안 되는 지식은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공유물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사회가 공유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만이 아니라 ‘도네이션 모델’도 함께 이야기될 수 있는 풍토 조성을 위해 시민사회 공동의 노력과 정부 차원의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정책적 고려가 필요할 것이다..

발표지면 닷츠, 2000.6.
단행본수록 만장일치는 무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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