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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칼럼  Publishing affair
출판문화와 출판산업의 현황 및 전망에 관한 비평글만 따로 추려 올려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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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편집자, 아는 만큼 보인다! - 출판편집자에 관한 궁금증 15문 15답
작성자 똥개

1. 출판편집자는 어떤 일을 하나요?

회사의 규모나 주요 출간 분야, 또는 경영 철학에 따라 구체적으로 하는 일의 범위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한마디로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는 한 권의 책이 저자로부터 독자에게까지 전달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회사 밖의 다른 업체에 맡기거나 회사 내의 다른 부서에서 전담하도록 되어 있는 일이 아니라면 모두 편집자의 일입니다.
크게 나누자면, 원고를 검토하여 출간 방향을 잡거나 거꾸로 출간 방향을 설정하여 원고를 입수하는 일, 저작권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일, 원고를 교열하여 상품으로서의 완성도를 높이고 지면 위에 시각적으로 구현해 내는 일, 홍보를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정리하여 문안을 만들어내는 일, 다른 부서나 거래처에서 맡은 일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점검하는 일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어떤 회사는 치밀한 교열 작업을 통해 텍스트의 완성도를 강화하는 데 가장 큰 비중을 두기도 하고, 또 어떤 회사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그것을 진행하는 데 역점을 두기도 하며, 또 어떤 회사는 저자를 발굴하고 신간 아이템을 창출하는 데 큰 힘을 쏟기도 하고, 어떤 회사는 디자인의 자기 완결성에 공을 들이기도 합니다. 출판편집에 관한 교과서들은 한결같이 이 모든 일이 다 똑같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어떤 회사는 텍스트의 완성도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도 하고, 또 어떤 회사는 마케팅 관련 업무는 영업부서에 일임하거나 신간 기획을 전담하는 부서를 편집부와 별도로 운영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회사에 따라 전혀 다른 종류의 일을 하게 되는데도 그 다양한 모습을 모두 출판편집자로 아우를 수 있도록 추상화한다면, ‘가치를 판단하고 의미를 가공하고 충돌을 조정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출판편집자가 되려면 꼭 대학을 나와야 하나요? 특정 학과를 전공해야 하나요?

특별한 전문 지식이 필요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을 꼭 나와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대학의 교육 과정보다는 일반적으로 대학 생활 전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적․정서적 체험을 다른 방법으로 확보하려는 개인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전공도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출판편집자들 중에 인문 사회 계열 전공자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취업 과정에서 특별히 우대를 받았다기보다는 워낙 그 쪽 전공자들이 출판편집자의 길을 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전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양한 경험입니다. 어느 전공을 공부하든 학점에만 매달리는 공부로는 출판편집자로서의 자질을 계발하기가 어렵습니다. 다양한 과외 활동을 통해 풍부한 세상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일상적으로 교유함으로써 세상을 보는 시야와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나 일정한 가시적 목표를 설정하고 사업 계획을 수립하여 집행하는 과정을 주도해 보는 경험은 거의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지나 학보 등 학내의 출판매체를 제작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면 가장 좋습니다.

3. 출판편집자가 되려면 외국어 능력이 필요한가요?

출판편집자에게 불필요한 능력은 없습니다. 외국어도 못 하는 것보다는 잘 하는 것이 물론 좋습니다. 그러나 필수적이거나 결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외국어 능력이 필요한 업무는 대략 외서의 번역 출판 가치를 검토하기 위해 읽어내야 할 때, 번역 원고를 교열하는 과정에서 원문을 대조하거나 외국어로 된 참고자료를 찾아봐야 할 때, 외국 출판사나 외국인과 계약 등 업무 협의를 해야 할 때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출판편집자에게 외국어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실제로 해낼 수 있는가이지, 눈에 보이는 외국어 능력 평가 점수가 아닙니다. 외국어 능력이 아무리 출중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지식이 모자라다면 실제로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반면에, 외국어 능력이 좀 모자라더라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이라면 시간이 좀더 걸릴 뿐이지 일을 해내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같은 결과라면 좀더 빠르게 일처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유리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만, 모자라는 외국어 능력을 상쇄하고 남을 만한 다른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외국어 능력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반면에 외국어는 유창하지만 인문적인 기초 소양이나 주력 출간 분야에 대한 배경지식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못하다면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4. 출판편집자에게는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요?

책을 만드는 일은 저자와 독자 사이에 ‘의미’의 다리를 놓는 일입니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의미’가 만들어지고 공유되고 확산되는 과정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어느 분야의 책을 만들든 공통적으로, 세상을 넒게 보고, 사물과 사람의 삶에 관해 깊이 생각하고,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힘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통틀어 흔히 ‘인문적 소양’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이 손에 익어가는 숙련 노동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주어진 일을 수동적으로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언제나 자신의 판단에 따라 적절한 대처 방법을 능동적으로 찾아내는 성격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스스로 판단하고 수행한 일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자세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울러 출판편집자를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자신이 만들려는 책들이 속해 있는 분야(또는 취업하려는 회사의 주력 출간 분야)에 대한 지적 배경이 탄탄해야 합니다. 저저 수준의 전문성까지는 굳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그 책을 주로 읽을 독자들이 당연히 알고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정도의 내용은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편집자는 ‘최초의 독자’이면서 ‘독자들의 대표’이기 때문입니다.

5. 출판편집자에게 필요한 ‘인문적 소양’을 기르려면 어떤 공부가 필요한가요?

가장 기본적으로 세상 돌아가는 일에 무지하거나 무관심하지 않도록 애써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간지를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정독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고, 종합시사지 성격의 주/월간지 2종 이상을 비교하며 통독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한 번에 3시간 이상 서점을 산책하는 습관도 도움이 됩니다. 관심 분야의 신간 정보를 일 년 이상 꾸준히 챙기면서 한 달에 5권 이상의 책을 사고(형편이 여의치 않으면 최소한 빌리기라도 하고) 일단 손에 넣은 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완독해냅니다.

6. 출판사의 구인광고를 보면 경력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한데, 경력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출판편집자가 될 수 있나요?

경력 1~2년 정도를 구하는 경우라면 경력이 없는 사람도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회사에 따라, 또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먄 대체로 경력 3년 정도가 되어야 한 사람 몫의 일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통례이고, 그에 못 미치는 경력을 요구한다는 것은 사실상 초보나 다름없는 신참내기를 채용하여 조금 더 훈련시키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장 실무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서투르면 서투른 대로 곧바로 진행을 맡길 수 있다는 이점을 보고 경력을 요구하는 것뿐입니다. 따라서 실무 경험이 없더라도 그 약점을 상쇄할 만한 다른 장점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진입이 가능합니다.
출판사에서 출판편집자를 채용할 때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해왔는가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입니다. 경력이란 그저 그 사람이 맡게 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기 위한 대단히 유력한 참고사항에 지나지 않습니다. 가령 “경력 3년 이상”이라고 명시되어 있는 경우라도 그것은 언제나 “그에 준하는 능력”이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전혀 현장 경험이 없는 사람이 3년 이상 경력자에 준하는 능력을 보여주기는 상당히 어렵지만, 1~2년 정도의 경력자보다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준비를 철저히 한다면 도달할 수 있는 목표입니다.
먼저 출판편집자를 꿈꾸는 어느 누구도 모든 분야를 다 소화할 수 있는 만능이기는 어렵다는 사실에 착안해야 합니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범위를 좁혀 집중적으로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막연하게 ‘만들고 싶은 책’, ‘일하고 싶은 분야’가 아니라 ‘만들 수 있는 책’, ‘다른 사람보다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장 유용한 방법은 자신의 독서 편력을 점검하는 일입니다. 가장 많은 책을 읽은 분야가 가장 잘 알고 잘 소화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다만 이때 소설이나 시 등 순문예물은 제외해야 합니다. 출판편집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해당 분야의 ‘평론가’ 수준의 안목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나서 그 분야의 출판 동향과 시장 여건 등을 본격적으로 연구하여, 이것을 정리된 문서(포트폴리오)로 표현해내는 훈련을 꾸준히 해 나가는 방식으로 준비할 수 있습니다.

7.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출판사에 제출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는 크게 네 가지 종류쯤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관련 출판 분야의 경력이 있는 경우라면 자신이 만들어왔던 책 자체가 포트폴리오로서 유용하겠지요. 그러나 출판편집자로서 경력이 전혀 없거나 경력이 있다 해도 새로운 분야로 옮기려는 경우에는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가장 유력한 방법은, 신간 아이템을 발굴하여 ‘출간 기획서’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출판편집자의 에디터십을 가장 총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문서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위험부담도 큽니다. 어설프게 작성된 ‘출간 기획서’는 준비 부실을 가장 정직하게 노출시켜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회사에서는 아예 입사 지원 서류에 ‘기획안’을 포함시키기도 하지만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않더라도 포트폴리오로 첨부한다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은 그 회사에서 발간한 책에 대한 ‘모니터링 보고서’입니다. 가장 많은 출판사에서 포트폴리오로 요구하는 문서이기도 합니다. 흔히 ‘서평’이라고 통칭하기도 하지만, 특별히 ‘모니터링 보고서’라는 용어를 제시하는 까닭이 있습니다. 실제로 ‘서평’을 제출하라고 해도 단순한 ‘독후감’을 작성하는 데 그치는 분들이 많습니다. ‘책을 읽은 소감’이 아니라 ‘비평적 관점’이 개입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출판편집자로 일하려는 분들에게 요구되는 ‘서평’이란, 내용에 대한 ‘비평적 관점’의 확보만으로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늠하기에 부족합니다. 일반적으로 ‘출간 기획서’에 포함되게 마련인, 대상이 되는 책의 상품으로서의 콘셉트, 시장 전략, 편집 방향 등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대안 제시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서평’을 요구하는 경우라도 ‘모니터링 보고서’라고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물론 따로 요구하지 않더라도 첨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저자 파일’입니다. 지원하려는 회사의 주력 출간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역 저자는 물론, 잠재적으로 발굴 가능한 저자의 목록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서 확보할 수 있는 정보를 단순히 나열해 놓기만 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의 글을 꼼꼼히 읽고 각 저자의 장점과 단점, 향후 저술 방향에 관한 전망 등을 자신의 관점에서 정리해낸 것이어야만 합니다.

8. 자기소개서를 쓸 때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요?

출판편집자의 채용 과정에서 자기소개서는 다른 직종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총체적인 인격이 업무 능력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기소개서를 읽게 될 사람들이 전문적으로 텍스트를 읽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입니다. 하나마나한 얘기를 두루뭉수리하게 늘어놓아서는 실패하기 쉽습니다. 최대한 자신의 개성이 드러나도록 하되, 객관적인 설득력을 가지도록 해야 합니다.
출판사에서 입사 지원서를 받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두 가지 주제입니다. 여기에 초점을 정확히 맞추어 불필요한 군더더기 없이 조리있게 정리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하나는 ‘나는 왜 이 회사에서 일하려고 하는가’입니다. 흔히 범하는 잘못이 있는데, 출판 시장의 동향과 지원하려는 출판사에 대한 연구가 부실하면 ‘나는 왜 출판편집자가 되려 하는가’가 되어버리기 쉽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나는 이 회사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입니다. 역시 흔히 범하는 잘못이 있는데, 책을 만드는 구체적인 과정에 대한 고민이 막연하다 보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해당하는 주관적인 희망사항만을 피력하는 데 머물게 된다는 것입니다.

9. 면접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면접의 핵심 주제는 자기소개서에 담겨야 할 내용과 같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대화에 임하는 태도가 중요한 평가 요소일 것입니다. 상대방의 말을 주의깊게 잘 듣고 자신의 의사를 간결하고 정확하게 표현하면 됩니다. 무슨 일이든 열심히 잘 할 수 있다는 식의 뻔한 모범 답안은 신뢰를 주기 어렵습니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정직하게 가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있게, 할 수 없는 일은 겸손하게 드러내야 합니다.
모든 면접은 상호 면접이라는 점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특히나 출판편집자가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은 회사에 따라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취업하게 되면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또 어느 정도 수준의 처리 능력을 요구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자신의 능력으로 소화가 가능한지 또 그에 따르는 보수가 합당한지 등을 판단해야 합니다.

10. 출판편집자의 보수는 어느 정도인가요?

회사의 규모와 출간 분야의 시장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출판편집자의 보수는 철저하게 능력에 기반하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현재 출판산업의 구조에서 출판편집자에게 지출될 수 있는 인건비는 대략 매출 총액의 10분의 1 정도를 최대치로 봅니다. 가령 연봉 2천만 원을 받으려면 연간 매출 2억 이상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이 비율은 더 커집니다. 일정한 생산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더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지요. 대신 일반적으로 회사 규모가 커지면 기대할 수 있는 매출의 규모도 커지기 때문에 급여 수준은 더 높아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팀장급 이상이 된다면, 팀 전체의 성과에 따른 책임과 보상이 보수에 반영됩니다. 경력 3년 미만의 경우에는 생산성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려우며 향후 활용할 인력에 대한 일종의 투자 차원이기 때문에, 회사의 지불 능력과 당사자의 기대 수준을 고려한 최소한의 금액으로 결정되는 것이 통례입니다.

11. 출판편집자의 노동강도는 어떤가요?

편집자가 긴장을 놓치면 곧바로 사고로 연결되기 때문에 긴장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의 완성도에 대한 압박만이 아니라 성과에 대한 압박도 상존하기 때문에, 완급 조절이 쉽지 않기도 합니다. 수시로 모의고사를 통해 평가받아야 하는 수험생의 상황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꼭 잠을 줄여야 공부의 능률이 오르는 건 아니지만, 대개는 불안감 때문에라도 조금이라도 더 공부를 해 두려 하게 마련이지요. 따라서 자기 관리에 철저하지 못하면 건강을 해치거나 능률이 떨어지면서 성과 관리에 실패하기 쉽습니다. 특히나 자기 계발에 따로 투자할 겨를이 없기 때문에 직업적 성장에 한계가 빨리 오기도 합니다. 효과적인 자기 관리의 노하우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직업적 성장의 가장 큰 관건입니다.

12. 출판편집자의 매력은 무엇이고 언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나요?

출판편집자의 가장 큰 매력은 삶을 대하는 태도나 자세, 총체적인 삶의 방식이 일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출판편집자로서의 직업적 능력은 기술(테크닉)이라기보다는 인성(퍼스낼리티)에 더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출판편집자로서의 삶과 어울리지 않는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는 별다른 매력이 없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책을 만들면서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보람 중에서도 가장 큰 보람은 일 속에서 자신의 ‘사회적 인격’이 성숙해 간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13. 출판편집자로 일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박봉과 격무, 고용 불안처럼 일반적으로 지목되는 열악한 조건도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의외로 가장 많은 현장 편집자들이 꼽는 어려움은 ‘사람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입니다. 책을 만드는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을 만나는 일이며, 대개는 상대방의 인격과는 거의 무관한 기술적인 업무 능력이 아니라 총체적인 인격이 작용하는 내밀한 정신세계와 ‘업무상으로’ 맞부딪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이 점을 분명하게 의식한다 해도 사람 관계란 언제나 조심스럽고 변수가 많게 마련이라 여간해서 익숙해지기 어렵지만, 으레 출판편집자라고 하면 혼자 조용히 앉아 원고뭉치와 씨름하며 책의 꼴을 만들어가는 모습만 연상할 뿐 그 모든 과정이 실은 사람에 치이는 일이라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 채로 일에 뛰어들었다가 실상을 접하고 당황하게 되면서 더욱 힘들게 느끼기도 합니다.

14. 출판편집자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의욕과 패기를 가지고 출발했던 출판편집자들의 대다수가 대략 35세, 경력 10년 미만에서 도태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40세를 넘어서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출판편집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무엇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것일까요? 모든 일에는 관성이 작용하게 마련이지만, 출판편집자로 살아남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관성입니다. 어느 정도 일머리에 익숙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관성에 얼마나 의식적으로 저항해 내는가에 따라, 전망은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늘 새롭게 도전한다는 자세를 치열하게 유지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이 직업의 특성상, 안정적인 전망은 기대할 수 없다고 봐야 합니다. 꽤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는 출판편집자가 겉으로 상당히 안정돼 보인다 해도, 그것은 언제나 생존의 위협에 놓여 있는 불안정한 조건을 기꺼이 감내한 대가일 뿐입니다.

15. 출판편집자가 되기 위한 교육 과정이 따로 있나요?

현재 한겨레교육문화센터(www.hanter21.co.kr)와 서울북인스티튜트(www.sbin.or.kr)에서 ‘출판편집자 입문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두 곳 모두 대략 40~50시간의 과정으로 주 2회 기준 2~3개월의 단기 과정입니다. 연간 5회 내외로 개설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들을 성실하게 수료했다고 해서 취업하는 데 특별히 더 유리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출판편집자라는 직업의 성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과연 직업으로 삼을 만한 일인지, 자신에게 그만한 능력과 자질이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는 있습니다. 반드시 출판편집자가 되겠다는 각오가 섰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적절한 안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즉 본격적인 취업 준비의 시작일 수는 있어도, 이 과정을 수강하는 것 자체로 ‘준비 완료’는 아닙니다.
이 밖에도 노동부의 국비 지원을 받아 무료 교육을 제공하는 서울출판예비학교(www.sbic.or.kr)가 있습니다. 연간 1회 개설하여 700시간 이상의 교육 과정으로 1일 7시간 주 5일의 전일제로 운영하고 있는데, 정부 지원 사업의 속성상 해마다 사업 승인을 받아 집행하는 방식이므로, 구체적인 교육 목표나 내용이 변경될 수도 있어 교육 과정의 성격을 개괄적으로 소개하기가 어렵습니다. 교육훈련생 모집이 개시되는 시기에 그 해의 교육 과정을 잘 살펴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길이 최선입니다.
-- 이성은 '출판편집자가 말하는 편집자'에 실린 내용입니다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몇 가지 내용을 수정할 필요가 생겨 아래와 같이 업그레이드합니다.
서울북인스티튜트의 '편집자 입문 과정'은 위에 설명한 내용(총 40~50시간, 주 2회 기준 2~3개월, 연간 5회 내외 개설)에서 변동이 없습니다. 그러나 한겨레문화센터의 '편집자 입문 과정'은 총 24시간, 주 1회 기준 8주, 연간 6회 개설로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에 따라 교육 내용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서울북인스티튜트에의 '편집자 입문 과정'은, 책이 만들어지는 공정 전반을 펼쳐서 제시하는 기존의 교육과정을 유지하고 있으나, 한겨레문화센터의 '편집자 입문 과정'은, 편집자로 취업을 준비하는 데 있어 필요한 자기 점검 사항을 제시하고 스스로 '자기주도학습'의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내용으로 새롭게 구성이 됐습니다.
아울러 서울출판예비학교의 교육과정이 1년 단위 사업으로 인해 불안정한 상태인 것과 달리, 안정된 커리큘럼으로 총 150시간 내외, 1일 6시간, 주 4일의 전일제 과정으로 6주 동안 책 한 권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적 실습 과정을 '한겨레출판학교'라는 이름으로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연간 6~7회 개설하고 있습니다. 수강료가 다소 부담스럽다는 단점은 있지만, 책이 만들어지는 실제로 만들어지는 과정 전반을 공부하려 한다면, 강의보다는 직접 체험하는 실습 과정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발표지면 <출판편집자가 말하는 편집자>, 부키,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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