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가입에는 이메일 주소 외에 어떤 신상 정보도 필요하지 앟습니다.
똥개네집 통합검색
편집자 광장
책마을 소식
진로 상담
출판실무 Q&A
예비편집자 공부방
강의실
참고자료
비평적 산문
출판칼럼
매체 비평
인물론 & 인터뷰
사적 진술
주목을 바라는 글
저작목록
똥개와 수다떨기
일상 속 단상
퍼온글 모음
노출광의 일기
똥개를 소개합니다
똥개의 즐겨찾기

  출판칼럼  Publishing affair
출판문화와 출판산업의 현황 및 전망에 관한 비평글만 따로 추려 올려두겠습니다.
이 게시판의 게시물은 인터넷을 이용하여 자유롭게 배포할 수 있으나, 반드시 출처를 밝혀야 합니다.
단, 영리/비영리 목적을 막론하고 고형물(인쇄물, CD 등)의 형태로 복제하여 배포하려면 운영자의 사전 승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시면 댓글 작성이 가능합니다.
책마을 돋보기] 대규모 출판 자본, 부러우면 지는 거다
작성자 똥개

2010년 연말 어느 술자리 풍경. 과도한 할인 경쟁으로 인해 급기야 ‘신간 론칭’이 안 되는 파국적 사태(좀더 설명하자면, 현행법상 출간 후 18개월이 지나면 도서정가제 대상에서 제외되어 사실상 ‘무제한 할인’이 가능해진다. ‘합리적 소비’라는 측면에서만 보자면, 당장 필요한 책이 아닌 한 제값 내고 신간을 사는 건 ‘바보짓’이 돼 버리고 마는 게다.)로까지 치닫는 출판 현실에 분통을 터뜨리다가, 결국 ‘제가 먹을 우물에 스스로 독을 푸는’ 출판사들이 문제라는 성토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이내, 그 자리에 있던 어느 누구도 그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처연한 사실을 알아채고는 무력감에 허탈해졌다.

자못 무거워진 분위기를 반전시킬 요량이었는지, 누군가가 “큰 집들이 문제죠.”라고 과녁을 바꿨다. ‘너나 할 것 없이 다 한심하다’는 무력한 자책보다는, 그래도 ‘덩치 큰 놈들이 앞장서니 마지못해 따라간다’는 하소연이 조금은 위안이 될 터였다. 게다가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거래 규모가 큰 대형 출판사에서 과감하게 과도한 할인판매 중지를 선언하고 할인 이벤트에 책 공급을 중단하는 용단을 내린다면, ‘막가파식’ 할인 경쟁에 어느 정도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다.

비단 유통 문제만이 아니다. 대형 출판사들이 그 ‘힘’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증거는 숱하다. 하긴 “있는 놈들이 더 독하다.”는 속설을 두고 흔히 “그게 아니라 독하니까 있는 놈이 되는 거야.”라고 맞받아치듯이, 사회적 책임까지 알뜰하게 챙기면서 그만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규모로 키우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무려나 이야기의 주제가 문화산업에서 ‘자본의 집중’이 야기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폐해들로 옮아가는 듯했다. 그런데 웬걸? ‘큰 집’들을 신나게 씹어대는 것으로 자족하기(술자리에 더이상의 무엇을 바라는가!)에는 심각한 심리적 딜레마가 가로놓여 있었다.

중소 규모 출판사에서 당장의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그들 대부분의 속마음에는, 언젠가는 그런 ‘큰 집’들에서 일할 수 있는 날에 대한 꿈이 없지 않은 것이다. 아니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를 그만한 규모로 성장시키는 데 능력을 발휘하고 싶기는 한 것이다. 그러니 소리높여 ‘큰 집’을 비난한들, 거창하게 ‘문화다양성’의 측면에서 ‘독점’의 사회적 해악을 우려하는 ‘시민의식’의 발로가 아니라 그저 유치한 ‘질투’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새삼 칼럼니스트 김규항의 일갈을 떠올렸다. “우리가 삼성을 타도하는 가장 분명한 방법은 진심으로 삼성을 경멸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삼성 직원인 동창을 부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동생이나 조카나 자식이 삼성 직원인 걸 은근히 자랑스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출판 종사자로서 문화다양성을 좀더 확고하게 지지하기 위해, 시장질서 왜곡에 앞장서는 대규모 출판 자본을 이겨내는 가장 분명한 방법은 진심으로 그들을 경멸하는 것이다. ‘돈 놓고 돈 먹기’식의 이벤트 경쟁으로 만들어진 베스트셀러 목록 따위를 결코 부러워하지 않는 것이다.

발표지면 한겨레 2011.1.8.
단행본수록 출판생태계 살리기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