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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론/기타] '버자이너 코러스'를 향하여 한 걸음 - 음란 바 '지스팟' 탐방기
작성자 똥개
'지스팟'(G-spot). 여성의 질 내부에 있는 성감대로, 클리토리스와 동시에 자극해 주면 오르가슴을 극대화 시키는 데에 매우 효과적이나 단순한 삽입 운동만으로는 좀처럼 찾아지지 않는다는 신비의 포인트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 덧붙여, '대한여성 오르가슴 찾기 운동본부'를 표방하는 여성 성인 사이트 팍시러브(
http://www.foxylove.net)가 오프라인으로 진출하여 지난 9월 서울 홍익대 부근에 개업한 직영 바의 이름이기도 하다. '음란'하다는 것이 풍속 관련 법규는 물론 각종 매체 관련 법규, 심지어 도로교통법에 이르기까지 규제 대상으로 못박혀 있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범죄로 처벌받기(형법 243∼245조)까지 하는 나라에서 겁없이(?) 공식적으로 '음란 바'를 표방하고 나선 이 공간의 정체는 여성의 몸 속에 숨겨져 있다는 '지스팟'의 정체만큼이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곳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공교롭게도 음란 바 '지스팟'을 찾아가는 길은, 성감대 '지스팟'을 찾는 경로와 닮아 있다. 요컨대 '일부러 마음먹고 찾지 않는 한 오다가다가는 좀처럼 맞닥뜨리기 어려운'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니 말이다. 도무지 술집이 있을 성싶지 않은 거리에서 간신히 '지스팟'이라는 간판을 찾았다 해도 지하에 자리한 출입문까지 내려가는 계단의 장식도 평범하고 특히나 출입문 자체도 그냥 열어 보기가 쑥스러울 정도로 특색없는 보통의 철제 문이라,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기 전에는 여기가 '바로 그곳'이라는 것이 잘 믿겨지지 않는다는 점까지 닮았다.

'음란 바'의 내부 풍경도 얼른 겉으로만 봐서는 '보통 바'(?)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뭔가 특별한 것이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일부러 찾아간 사람들이라면, 평범한 첫인상에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라기 보다는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서 얻어 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지스팟'을 찾기 위한 노력만큼이나 의식적으로 구석구석을 눈여겨 살펴본다면 사람에 따라서는 조금은 색다른 분위기를 감지할 수도 있다.

그것은 비단 한쪽 벽면을 채우고 전시되어 있는 성인용품들(알다시피 이런 물건들을 공공연하게 실물로 구경하기란 여성들에게는 특히 어려운 일이다)이나 '체모 노출'을 기준으로 '음란 표현물'을 규정하는 것에 항의하기 위해 기획했다는 '남성의 음모' 전시(1백명의 음모를 모으고 있으며, '여성의 유방' 전시도 추진중이다), 또는 한쪽 구석에 SM을 상징하는 쇠사슬을 감고 서 있는 남녀 한 쌍의 마네킹, 바 위에 걸린 손님들이 기증했다는 속옷들 같은 눈에 보이는 소품들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사실 이런 소품들은 완강하게 감추어져 있을 때는 '호기심'의 대상이 되겠지만, 막상 이렇게 공개해 놓고 보면 그저 '재미있거나 조금은 색다른' 실내 장식일 뿐 '음란한 상상력'을 자극하지는 않는다. 자그만 액자에 예쁘게 담아 줄 맞춰 걸어놓은 '남성의 음모'들은 물론이려니와(도대체 이 따위를 '음란물 판정 기준'의 금과옥조로 떠받들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를 조롱하기에는 아주 효과적이지만), 예컨대 SM을 묘사하는 마네킹만 하더라도 SM에 별다른 흠이가 없는 이들에게는 별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반면에, 그런 성향이 잠재된 이들의 음란한 상상력을 자극하기에는 또 너무나 단조롭고 평면적이어서 단지 흔히 구경하기 어려운 색다른 실내 장식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열린 마음에서만 보이는 그 무엇

그러나 이쯤에서 실망하고 만다면, '지스팟' 근처에도 못 가보고 주저앉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람들은 적어도 얼굴이 서로 다르게 생긴 만큼은 천차만별의 성적 환상을 가지고 있다. 즉 모든 사람의 '음란한 상상력'을 자극할 만한 가시물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다른 이들에게라면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에 지나지 않을 각종 여성용 자위 기구에서 야릇한 흥분을 느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그다지 감수성이 예민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평범해 보이는 인체를 형상화했다는 벽면의 부조 조형물들에서 자기만의 울림을 감지할는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눈여겨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릴 수도 있는 "No more penis, we need your tongue"라는 기둥의 낙서에서 색다른 떨림을 경험하는 이도 있을 수 있고, 또는 별다른 감흥 없이 여느 바에서처럼 술을 마시다가 찾아 들어간 화장실의 아늑한 분위기에서 문득 상상력의 비약을 마주치는 이도 없으란 법은 없다.

혹시라도 재수가 좋다면, 이런저런 장치들에서 자연스럽게 매개되는 성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엿들을 수도 있고, 가끔 벌어지곤 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보게 될지도 모르고, 어쩌면 용기를 내기에 따라서는 자신이 바로 그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라면 '지스팟'은 그 모태가 된 웹사이트 '팍시러브'와 같은 사이버 공간의 동학을 오프라인으로 고스란히 옮겨 온 것으로 보인다. 웹사이트의 운영자는 그저 판을 벌여 놓을 뿐, 정작 그 안의 내용을 알차게 채워 넣는 것은 거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용자들인 것과 마찬가지로, '지스팟'에 '음란 바'라는 기치에 걸맞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는 고객들이 이곳에서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욕망에 얼마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가 결정적인 관건일 것이다.

여성의 눈으로 성을 말하다

바꿔 말하면 정작 이곳에 드나드는 이들이 심리적으로 주눅들어 경직되어 있다면, 제아무리 자극적이고 그야말로 '음란'한 것들이 가득 주어져 있다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그저 왜곡된 남성 중심의 이중적인 성 문화의 또다른 표현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가령 '지스팟'에 전시되어 있기도 한 여성용 자위 기구에 대해 여성들이 소비자로서 적극적으로 발언하지 않는다면, 여성의 자위조차도 여성 자신을 위한 말 그대로의 '자위'가 아니라 남성들의 시선에 의해 왜곡된 여성의 이미지를 투사한, 남성들의 성적 환상 안에서만 존재하는, 오로지 남성들에게 보여지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대상화된 행위에 머무를 뿐 아닌가.

사실 우리 사회에는 여성, 특히나 미혼 여성이 자신의 성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공간은 거의 없다. 남성들이 성에 대한 정보를 주로 얻는 경로가 '친구로부터'라는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 웅변하듯 남성들은 틈만 나면 끼리끼리 모여 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 내용이 대부분 여성의 성을 무시한 왜곡된 자기 과시로 일관한다는 근본적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여자) 친구와의 대화'에서 성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는 여성이 무척 드물다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가 되고 있다. 기혼자들끼리라면 혹시 남편과의 잠자리에 대해 진솔한 내용의 수다를 떨기도 한다지만, 미혼 여성이 끼여들기라도 할라치면 쉬쉬하는 것이 보통이다.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녀 봐도, 여성의 입장에서는 성희롱을 당하는 불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철저하게 남성들의 왜곡된 시선에 매몰된 이야기들은 그야말로 '범람'하고 있지만 여성의 성이 여성 자신의 시선에서 이야기되는 성인 사이트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도처에 자리잡은 성인용품 판매점은 고사하고라도, 하다못해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성인물을 당당하게 꺼내들 수 있는 배짱 좋은(?) 여성도 무척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성인 사이트 '팍시러브'는 무척 소중한 가치를 가지거니와, 그러한 지향을 사이버 공간을 넘어서 몸으로 실천하는 공간으로서 마련된 '지스팟'의 가장 중요한 가치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 의식을 급진적으로 표현했던 연극의 제목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빌어 말하자면, 이제 이러한 공간을 매개로 수많은 여성들의 '버자이너 코러스'를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인터뷰/ 팍시러브 대표 이연희 씨

팍시러브의 대표이자 '지스팟'의 '얼굴마담'인 이연희 씨는 20대의 미혼 여성이다. 많지 않은 나이에 작지 않은 규모의 사업을 벌여 놓고 확고한 전만을 또렷하게 밝힐 만큼이나 당차다는 점에선 평범하지 않지만, 사고 방식이나 대화법은 주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그 또래의 평범한 여성보다 특별히 도발적이거나 전위적이지 않았다.

- '팍시러브'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어느 사이트에서 남성들이 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적어도 내가 느끼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무지를 깨우쳐 주기 위해 내 경험을 올렸는데, 반론도 있었지만 여성들이 호응도 적지 않았고 팬도 생기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어느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그마한 모임을 개설했는데, 내용상의 이유로 폐쇄를 당하고 회원들이 어렵사리 털어놓은 소중한 자료들이 하루아침에 날아가 버렸다. 오기로라도 독자적인 사이트를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 오프라인으로 바를 운영하는 데 고민은 없었는지?
"실제로 대면하게 되면 그만큼 솔직해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오프라인의 만남은 피하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어차피 만날 수밖에 없다면 우리 고유의 정체성을 마음놓고 발산할 수 있는 독자적인 공간이 아쉬웠다. 처음에는 소박하게 십시일반으로 작은 전용 공간을 마련하려고 했는데 그보다는 규모가 커졌다."

- '음란 바'라고 할 때의 '음란'을 나름대로 정의한다면?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는 욕망이 아닐까. 적어도 나는 그렇다."

- 손님들은 주로 어떤 층인가?
"언론에 노출이 되면서 40대 아저씨들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대개는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기 때문에 다시 오는 경우는 드물다. 30대 주부들도 많이 찾고, 커플들이 오는 경우도 많다."

- 특히 역점을 두는 운영 방향은?
"편하게 무장 해제되어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한다. 거기까지가 주인의 역할이고 그 이상은 손님들 각자가 나름대로 찾아갈 것이다. 처음에는 벽면을 도발적인 여성 성기 그림으로 채웠는데, 너무 압도하는 느낌이 들어서 치웠다. 어떤 것을 이념적으로 주장하기보다는 편안하게 노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 하고 싶다."

- 앞으로의 개인적인 계획이 있다면?
"여성을 위한 성인용품점을 계획하고 있다. 외국에 가면 다양한 제품들이 많은데, 수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유통되는 것들은 다양하지도 않고 시장 조사도 제대로 않고 조악하게 제작된 것들뿐이라 안타깝다."
발표지면 위드, 2003.1.
단행본수록 만장일치는 무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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