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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평적 산문  Critical essay
사회문화 비평 성격의 산문을 올려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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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을 없애면 장애는 사라진다
작성자 똥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요구’를 보면서 많은 이들은 그 ‘처절함’에 그저 심정적인 안쓰러움을 느끼는 게 고작인 것 같다. 그러나 그건 본질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대꾸다. 장애인들은 특별한 시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식으로 장애인을 바라보는 것은, 이 문제의 본질을 보지 않으려는 스스로의 비겁함을 은폐하려는 양심의 마스터베이션에 지나지 않는다.

장애인 문제를 시혜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모두 잠재적 장애인이다.” 딴은 옳은 말이다. 후천적 장애인이 70퍼센트를 넘는 데다가 사고는 사람을 가리지 않으니 “당신도 언젠가는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 그저 겁주는 소리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각에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장애’의 원인은 ‘사고’나 혹은 선천적 질환 따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재적 장애인’이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는 바로 그 순간 ‘장애’의 진짜 원인은 은폐되고, 마치 ‘사고’나 선천적 질환이 장애의 원인인 양 호도된다.

실은 우리 모두가 장애인이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조금씩은 ‘불편한’ 구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럭저럭 살아갈 뿐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는 그 모자란 구석이 ‘불편’을 넘어서 ‘장애’가 된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즉 이 사회는 어떤 사람의 ‘장애’에 대해서는 단지 ‘불편’에 지나지 않도록 일정한 편의를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편의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한 사람들이 이른바 ‘장애인’인 것이다.

따라서 ‘멀쩡한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오만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어느 누구도 ‘멀쩡한’ 사람은 없다. 만일 당신이 자신을 ‘멀쩡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그저 이 사회가 당신의 ‘모자란’ 구석을 효과적으로 감싸 주었기 때문이다. 불편함을 모르면 모를수록 그런 ‘협조’를 더 많이 받았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다. 그 ‘협조’를 당신만이 누려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특혜’다. 그러니 당신은 별다른 사고 없이 ‘멀쩡하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니라, 적어도 어떤 사람들에게는 멀기만 한 그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이다.

‘비장애인’이라는 말은 단지 ‘정상인’이라는 말을 그저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표현했을 뿐인 수사학이 아니다. ‘정상인’이라는 말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이유는 ‘장애인’을 ‘비정상’으로 전제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애당초 ‘정상인’이란 없기 때문이다. 당신은 그저 자신의 모자란 구석으로 인해 ‘장애’를 느끼지 ‘않는’(=비장애) 사람, 즉 그럴 수 있을 만큼 사회 시스템의 ‘협조’를 받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그러니 ‘장애인’을 ‘장애우’라고 불러 주는 ‘정치적 올바름’에 만족하며 스스로의 양심을 마스터베이션하는 짓은 이제 집어치우라. 적어도 당신이 스스로를 (단지 충분한 ‘협조’를 받고 있을 뿐인) ‘장애인’이라 의식하지 못하는 한, 스스로를 ‘멀쩡하다’고 생각하는 한, ‘장애우’ 따위는 없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서명대에 붙어 있던 킄직한 구호, “장벽을 없애면 장애는 사라진다!”는 ‘멀쩡한’ 당신의 알량한 양심을 움직이기 위한 수사가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문제의 진정한 본질이다. ‘장애’는 사고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누구나 안고 있는 ‘장애’에 대한 사회의 ‘협조’의 차이, 그 견고한 ‘장벽’으로부터 온다.

발표지면 일일문화정책동향, 2001.9.
단행본수록 만장일치는 무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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