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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평적 산문  Critical essay
사회문화 비평 성격의 산문을 올려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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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눈의 들보’를 보라!
작성자 똥개

동네 구멍가게에 걸린 ‘일본 상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라는 고지문부터, 우연히 길을 지나다가 거의 반강제로 떠넘겨받은 그 이름도 쟁쟁한 단체들이 연명한 전단지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에 대한 항의와 분노의 표현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솔직히 ‘쪽팔려서’(!)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물론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교과서는 매우 위험하고 과격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그에 대한 항의와 분노는 정당하다. 그러나 고작(?) 일본에서 10%의 학교에 채택되는 것을 ‘목표’(!)로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그 교과서에 그토록 분개해마지 않는 분들이,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에서 일률적으로 똑같은 내용으로 가르쳐지는 국정(!) 역사 교과서의 내용에 대해서는 과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어진다.

그 교과서가 ‘난징 대학살’ 부분을 축소하고 ‘종군 위안부’ 문제를 누락시킨 것이 문제라고 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역사 교과서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군’이 베트남에서 저지른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 ‘라이 따이한’에 대해서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고 침묵하는 것도 ‘즉각 시정’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아서라 꿈 깨자. 교과서는커녕, 대중 매체에서 그 문제를 언급했다고 백주대낮에 떼거리로 몰려가서 두들겨부숴 버리는 판국이 아닌가. 그러고도 모자라서 전국에 생방송 되는 텔레비전에까지 나와 “적아를 구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양민’이 어딨느냐”는, ‘난징 대학살’에 가담한 구 일본군 장교나 입에 올릴 법한 말을 뻔뻔스럽게 내지르기까지 하니, 혹시라도 교과서에 그 내용을 싣고 반성하자고 한다면 정말 무슨 짓을 저지를지 상상이 안 간다.

일본에서는 위험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그들의 입맛에 맞는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들자고 법석을 피워 문제거리가 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교과서에 ‘이미 담겨 있는’ 위험한 생각을 조금이라도 바로잡기 위해 대안 교과서를 만들자고 하는 분들이 ‘불온하다’고 감옥에까지 가야 했으며, 지금도 ‘교과 내용’ 이외의 것을 가르친다고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곤 한다. 이런 경우를 가리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하던가.

좀더 거시적인 시각에서, 역사 교과서만이 문제가 아니라 일본의 재무장화를 추구하는 극우 세력들의 발호를 걱정하는 것도 코웃음이 나온다. 그 문제의 심각성을 몰라서가 아니다. ‘히노마루’와 ‘기미가요’를 국기와 국가로 공인할 것인가가 ‘논쟁거리’라도 되는 나라의 극우파들에게 삿대질해 댈 기운이 있으면, 당장 ‘태극기’와 ‘애국가’부터 폐지하자는 주장부터 해야 최소한 앞뒤가 맞는 일이 아닌가. 도대체 상비군 60만을 거느리고 달마다 민간인에게까지 ‘전쟁 상황’을 가상한 훈련을 시키는데도 변변한 항의는커녕 찍소리도 못하고 있으면서, ‘국가의 전쟁 수행 기능’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나라의 재무장화는 용납 못 하겠댜는 것은 무슨 코미디란 말인가.

제발 정직해 지자. 일본의 재무장화는 물론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그걸 걱정하는 목소리의 반의 반이라도 한반도의 군비 축소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들렸으면 좋겠다. 일본 정부가 위험한 내용의 교과서를 인정하는 것은 물론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그걸 항의하는 목소리의 반의 반이라도 그 어떤 ‘다른’ 생각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 자체로 이미 위험한 대한민국 ‘국정’ 교과서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들렸으면 좋겠다. 이웃 나라에서 국가주의자들이 사회적 영향력을 강화해 가는 것이 결코 ‘티끌’에 비유할 만큼 가벼운 일은 아니지만, 국가주의자들이 사회의 전 부문에 걸쳐 이미 부동의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제 나라의 ‘들보’나 어떻게든 해결했으면 좋겠다.

발표지면 일일문화정책동향, 2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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