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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평적 산문  Critical essay
사회문화 비평 성격의 산문을 올려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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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성욕'을 모욕하지 말라
작성자 똥개
정말 희한한 일이다. 그들은 늘 뒷북을 요란하게 친다. 군필자 가산점 문제를 공론화하자고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콧방귀도 안 뀌던 이들이 정작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고 나자 큰일이라도 난 듯 엉뚱한 곳에 분풀이를 해댄 기억이 아직도 선연한데, 도대체 지난 봄에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을 여섯 달만에 시행한 것을 두고, 뒤늦게 난리 부르스들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성매매특별법이 옳으니 그르니 하는 식으로 벌어지는 논쟁에는 별 관심이 없다. 조잡하기 짝이 없는 '성욕' 운운에 정색을 하고 대꾸를 한다는 것 자체가 민망한 일이다. 이것은 '철학의 빈곤'이라는 말로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 성매매특별법을 옹호하는 어느 누구도 단속만으로 성매매가 근절될 것이라고 믿지도 않으며, 그들이 눈물겹게 걱정해 주는 척하는 탈성매매 여성들의 생계 문제부터 이른바 '풍선 효과'에 이르기까지의 '부작용'들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기우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사람의 몸을 거래할 수 있도록 용인하는 것 자체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는 대전제를 분명하게 확인한다면, '구더기가 무서우니 장을 담그지 말자'고 뒷다리를 잡고 늘어지는 것은 마주 댓거리를 할 가치조차도 없는 한심한 짓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한심한 것은 '균형'을 유지한답시고 도대체 인간의 존엄에 대한 관점도 없고 철학도 없는 그 생떼거지가 무슨 대단한 '현실론'이기라도 한 양 '찬반 논쟁'씩이나 부추겨 대는 언론의 선정적인 의제 설정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이 법의 시행을 환영하는 사람들은 극성스러운 반대론자들과 한가하게 소모적인 찬반 논쟁이나 벌이고 앉아 있을 여유가 없다. 그들이 흔히 '부작용'이라고 거론하곤 하는 당장 생계가 막막한 탈성매매 여성들에게는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하는지, 더 근본적으로는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팔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은 어떻게 강화해야 하는지, 이른바 '풍선 효과'로 불리는 음성적인 성매매에 대해서는 어떤 추가적 대책이 필요한지 등등에 관해 창조적인 모색에 주력하기에도 바쁘다. 성매매특별법을 둘러싼 논쟁이 '이상론과 현실론의 충돌'이라고 믿고 싶은 것은 대안적인 의제 설정을 포기한 채 선정적인 중계 방송에만 열을 올리는 언론들과 '부작용'을 핑계로 어떻게든 성매매를 '필요악'쯤으로 기정사실화하려는 '(뇌가 없는) 좆대가리'들뿐이다.

그래서 나는 성매매특별법에 관해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그 '무뇌성기'들은 일단 가볍게 개무시하고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작심하고 있었다. 가령 내가 관심을 가지는 주제들은 이런 것이다. 성매매특별법 반대 시위에 나서고 있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전적으로 포주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동원되었을 것이라고 나는 믿지 않는다. '무뇌성기'들에게는 그들의 절박한 하소연이 성매매특별법이 결코 그 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피해 여성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강력한 물증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와 비슷한 풍경은 지배적 체제에 의해 사람의 삶이 유린당하는 곳에서는 언제나 있어 왔던 낯익은 모습이다. 예컨대 짧게는 지난 10여 년 동안의 노동운동사만 보더라도 자본은 언제나 노-자의 대랍을 노-노의 대립으로 분칠하려고 기를 써 왔다. 요컨대 그들은 '당장 자신의 생계를 위협하는 실체'가 무엇인지조차 파악할 수 없을 만큼 극심한 소외를 경험하고 있는 것뿐이다. 그들이 그 소외를 넘어설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지는 못할망정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해먹으려 들기만 하는 자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정말 당신이 그들의 생계를 걱정하고 있기나 한 것인가. 그렇다면 치졸하게 그들에게 자신의 몸뚱이를 팔 권리를 보장하라고 주접을 떨지 말고,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이 실질적으로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체제를 향해 '머리띠'를 두르고 나서시라.

그런데 '사고'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헌법재판관으로 주목을 받았던 전효숙 헌법재판관께서 '남성의 성욕'을 걱정하고 나서는 엽기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한나라당 소속의 국회의원이야 어느 평론가의 말마따나 "젊은 시절을 불우하게 보냈거니" 딱한 시선이나 던져주고 내 갈 길 가면 그만이지만, 이쯤 되면 "세금 낸 보람 있다"고 웃어넘길 문제가 결코 아니다. 딱한 일이지만 정작 내가 하고 싶던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따지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잠시 옆길로 빠져 솔직한 상념을 늘어놓자면, 국가보안법 위헌 심판이 몇 년 전의 8:1보다도 후퇴한 9:0으로 결론이 난 게 이제서야 조금 이해가 된다 싶기도 하고, 단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박근혜를 지지한다던 일부 여성들의 표정을 보고 싶기도 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통령이나 헌법재판관이 될 수 없는 폐쇄적인 체제는 비판해야 하지만 도대체 여성 헌법재판관의 탄생에 환호했던 것이 무색하지 않은가.)

게다가 이 망발은 명색 '성인지적 관점에서 본 한국 법률'이라는 제목의 주제 강연 직후에 터져 나온 것이라니 입이 딱 벌어져서 말을 잃게 한다. 도대체 "남성의 성적 욕구는 여성과 비교할 때 신체적인 구조에서 차별성이 있기 때문에 남성의 성욕 해소와 관련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어떤 '성인지적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는 더더욱 알 수가 없다. 나는 생물학에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의 성적 욕구가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것은 다만 사람은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명백하게 다른 사람에게 속한 신체를 대상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뿐이다. 가령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공격성을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있다고 해서, "남성의 공격성은 여성과 비교할 때 신체적인 구조에서 차별성이 있기 때문에 남성의 공격성 해소와 관련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이야기해도 되는 것일까. 이러다간 '자신의 공격성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돈 받고 맞아주는 사람'이 생겨나지 말라는 보장도 없겠다. 그것을 금지시키자고 하면 '자유로운 시장 거래를 가로막는 좌파 정책'이라고 게거품 무는 인간도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발언의 취지가 잘못 전달되었다며 해명이랍시고 하신 말씀이 더 걸작이다. "평등권 차원에서 볼 때 여성의 임신, 출산을 신체적 차이로 보듯 남성 역시 그런 차이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니, 남성의 입장에서 솔직히 모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인가. 남성의 성욕은 여성의 신체를 대상화할 수밖에 없도록 신체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다는 말씀인가 아니면 남성은 그런 '부적절한 성욕'을 자제할 능력이 신체적으로 모자라다는 말씀인가. 곰곰 생각해 보면 남성의 성욕만 모욕당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사회적 적절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남성의 신체 자체를 향한 여성의 성욕, 또는 적어도 '부적절한 성욕'을 자제하지 못하는 여성은 (남성이 임신, 출산을 하는 것에 비교될 만큼이나) 생물학적으로 부자연스럽다는 것인가. 여성이 여성에게 이런 폭언을 해도 되는가. 참 알량한 '성인지적 관점'이고 초라한 '평등권'이다. 도대체 그게 성별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성욕이 있고,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도 사람인 이상 성욕을 가지고 있고 나는 그것을 소중하게 여긴다. 졸리면 자고 싶고, 배고프면 먹고 싶듯이, 꼴리면 하고 싶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내가 남성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으며 여성이라고 해서 별다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더구나 누군가를 패주고 싶을 만큼 화가 치민다고 해서 아무나 두들겨패거나 심지어 돈을 주고 맞아줄 사람을 구하지는 않듯이, 꼴린다고 해서 아무나하고 하고 싶지도 않으며 금전적인 대가를 지불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신체를 이용할 권리가 생긴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성매매특별법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는 전효숙 헌법재판관의 정치적 자유지만, 제발 나의 소중한 성욕을 모욕하지는 말아주시기 바란다.
발표지면 컬티즌, 2004.10.
단행본수록 그들만의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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