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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한의 이른바 '반론'에 대한 단상 (2013.6.)
작성자 똥개 조회수 560 작성일 2014-02-18 20:02

0. 기획회의에 쓴 '자해 경쟁'은 정당한 노동권도 정당한 경영권도 아니다..라는 글에 대한

'반론'이 기획회의에 실렸다. 기획회의에서는 나의 '재반론'을 바라는 눈치지만..

재반론을 쓰지 않기로 했다. 물론 토론을 회피하는 건 아니다.

문제는, 이른바 '반론'이라는 글이 내 논거를 '아무것도'(!) 반박하지 않은..

다시 말해 전혀 '반론'이 아닌 글이라는 점이다. 도대체 아무것도 반박하지 않은 '반론'에 대해

무엇을 '지반론'해야 할지.. 참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굳이 무언가 언급해야 한다면, 그 글이 왜 '반론'이 안 되는지를 친절하게 일러주는 내용일 수밖에 없는데..

아무것도 반론하지 않으면서 '반론'이라고 내세운 게 민망한 만큼이나..

고등학생 논술 지도를 하는 것도 아니고, 명색 '반론'이라는 글에..

고작 그런 식으로 '가르치려 드는' 내용을 '재반론'이랍시고 내놓는 것도 민망한 일이다.

 

1. 그가 내 글을 반박하고자 했다면.. 적어도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의 논거를 무력화해야 했다.

하나는.. 편집자의 노동은 온전히 편집자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해냈다면..

훌륭한 반론이었을 것이다. 그러나그는 이 논거를 (고의라고 믿고 싶지는 않지만) 애써 무시했다.

아니면, 비록 편집자의 노동이 온전히 편집자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 결과로써 계량가능하고 따라서 동질의 노동력으로 대체가능하다는 점을.. 설득해낸다 해도..

효과적인 반론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 아니 그럴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거야말로 이번 사안에서 회사쪽이 내세운 치졸하기 짝이 없는 발상에 고스란히 굴복하는 셈일 테니..

또는, 설령 앞서의 두가지 전제를 모두 승인한다 하더라도, 꼭 풀판편집뿐 아니라...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따라서 계량가능하지도 대체가능하지도 않은 노동이...

내면에 대한 '신뢰'를 전제하지 앟고도 사회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그것이 꼭 '자본'과의 결합이 아니더라도...) 전망의 단초라도 제시했다면...

썩 의미있는 반론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을 반론했다는 것인지..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그냥 무조건 내 글을 이해할 수 없다고, 떼를 쓰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에 동의할 수 없는지

어느 하나 제대로 '다른' 의견을 내놓지 못했다. 이게 무슨 '반론'인가...

게다가 세번째 방법이라면 모를까. 앞의 두 방법은.. 설사 반박에 성공한다 해도..

오히려 그 자체가 고스란히 '자해'의 증거가 될 것이다.

 

2. 그 글이 내 글에 대한 '반론'이 될 수 없는 내용이라는 것과 별개로..

내가 그의 글에서 가장 경악한 대목은...

노동자들이 회사를 인수할 수도 있다는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을..

'협박'으로 받아들인다는 .. 그야말로 충격적인 언설이다.

그게 '협박'일 수 잇다는 것은 적어도 두 가지 전제를 함의한다.

우선 ''자본'이 없이는 노동자들만으로 회사가 존재할 수 있으리라고 믿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노동자들이 그것을.. '두려워' 한다는 것... (두려워하지 않는 게 협박일 리가 없으므로..)

건강한 노동운동이 최소상령이든 최대강령이든 '자주관리'를 지향한다는 점은 제쳐두더라도..

도대체 그런 전망을 '협박'이라 여긴다면, '민주적인 회사 운영'이라는 요구사항이 머쓱해진다.

'자본'은 필요한데, 노동자들의 말을 잘 듣는 '자본'이 필요하다는 건가...

(세상에 그런 자본도 있나... 물론 자본도 노동자의 말을 잘 듣게 할 수는 있다.

그 편이 자본에게 이익이 된다면...  그러나 단지 그뿐이다.)

왜 '자본'이 없는 노동을 상상하지 못하느냐고.. 힐난하고 싶지는 않다.

당장 자본우의 사회에서 먹고살아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그건 가혹한 요구일 수 잇으니까..

그러나..'자본'에서 해방된 노동을 상상하는 것이 왜 노동자들에 대한 '협박'으로..

또는 '자본'의 이익에 복무하는 것으로 매도되는지는.. 정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가령 어느 회사의 노동자들이 '오너 경영자'로부터 회사를 인수하면,

'자주관리'를 실현하는 것인가 아니면 더이상 노동자가 아닌 '자본가'가 되는 것인가..

나아가, 현재 출판업계에서 시장 독점적 지위를 구가하는 몇몇 메이저들 빼고...

또는 도박판에 판돈 걸듯..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얼치기들이 아니라면...

'오너 경영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회사에 제공한 대가를 넘어서는...

'투자'에 대한 이윤을 기대라도 하는 사람이 과연 있기나 한가.. 

그렇다면, 그는 '노동자'인가 '자본가'인가...

가령 출판노옹자들의 생산자협동조합으로 출판사가 만들어질 때, 그 회사의 주인인 '조합원'들은

'노옹자'인가 '자본가'인가..  

 

3. 아닌게 아니라.. '변정수는 출판노동자가 아니다'라는 터무니없는 막말까지 튀어나오는 마당이다.

요컨대 어떤 자본에도 고용되어 있지 않다는 뜻일 게다.

대답해야 한다. 자본에 고용되어 자본(의 이윤)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노옹자인가.

아니면, '생계를 위해 제 노동력 말고는 팔 게 없는' 사람이 노동자인가.

실업자는 노동자인가 아닌가. 여러 회사에 그때그때의 필요와 조건에 따라 노동력을 파는

외주작업자들은 노동자인가 아닌가. '일'은 안하고(실은 '못하고') '투쟁'이 '일'이 돼버린 수많은

해고노동자는 노동자인가 아닌가. 아니 '자본' 없이도 자동차 한 대를 거뜬히 만들어낸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작업은 '노동'인가 아닌가.

 

반론은 얼마든지 환영이지만, 우선은 도대체 무슨 애기를 하려는 건지부터 성의있게 듣고 나서..

'다른' 의견을 말했으면 좋겠다. (게다가 나는 애당초 무엇을 '주장'하려던 게 아니라

예컨대 위와 같은 '질문'들을 던지려는 거였다.)  

남의 말은 제대로 듣지도 않고 자기 말만 되풀이하는 건.. 토론이 아니라. 억지다.

(뭐. 보기에 따라선.. 내가 남의 말 안 듣고 자기 말만 되풀이하는 '꼰대'로 보일지도...

그런데.. 내가 죽어라 떠든 얘기는 그저 '딜레마가 있다'는 것뿐인데...

그럼 전혀 딜레마가 아니라고 반박하든가 아니면 딜레마를 해소할 전향적인 방안을 제시하든가..

그래야 나도 똑같은 애기 안 떠들고.. 뭔가 진전된 ''재반론'이든 '수정제안'이든 할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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