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다 옮길만한 가치도 없는 거 같아서.. 단상만 쓴다.

원문이 궁금하신 분은 http://bookedit.tistory.com/62

하나. 그래도 책을 제대로 읽기나 한 건지 의심스러운 1년차 편집자와는 달리 책을 읽기는 한 거 같긴 하다. 그런데 도대체 읽은 20년차나 안 읽은 1년차나 .. 결이 사못 다른 글들을 한큐에 싸잡기는 매한가지니...

이럴 바에야 책은 뭐하러 읽는 건지 모르겠다. 그나마 1년차의 글에는 날선 패기라도 있었지..

기존의 편집론이 '관념론'이라고 주장하는 글이 어째 더 '관념적'이고...

1980년대, 90년대의 '낡은 유물'이라고 주장하는 글이 어째 '편집자는 책이나 잘 만들면 되었던'

1970년대, 80년대에나 통했을 법할 만큼 '낡아빠졌다.  이러니 '사장'들의 편집론이 욕을 먹는게다.

둘. '초인'에 '메시아'에 난리가 아니다. '전인적 교양인'이라는 말이 그리도 어려운가.

"도대체 어떤 직업이 일하는 사람에게 이런 걸 요구한단 말인가"? 작가, 영화감독, 기타 등등등....

'닥치고 헌신'에 대한 개인적인 반감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일이지만, 그건 허수아비 논증이다.

'전인적 교양인'이 '헌신'을 요구하는 폭력으로 환원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건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모욕이다.

아.. 이렇게 말하면 '메시아적'이고 '초인적'인 '인간관'이 되는 건가?

셋. '측정가능한 물성'이니 '지속 반복을 통한 숙련 노동'이니.. 결국 '기술자'라는 거다.

듣기엔 그럴듯한데, 문제의 핵심은 고스란히 남는다. 그런데 그거 누가 무슨 수로 측정할 건데?

하긴 그래서 '교정능력검정시험' 따위의 터무니없는 발상으로 여러 사람 골탕을 먹인걸까....끙..

게다가 묘하게도, 전혀 다른 입지의 두 글이 이 대목에서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아, 우리는 그런 어려운(역겨운) 얘기 몰라요. 그냥 책 만드는 '기술자'라니까요. 품삯이나 제대로 주세요!

넷. '자본주의적 출판 구조 속에서 뚜렷한 직업적 전망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고?

흔쾌히 인정! 그러니 현업에 머물지 못하고 뒷전에서 선생노릇이나 하는 거지...

그런데 그게.. 내가 (또는 '도저히 먹고 살 대책이 없다'며 터키로 훌쩍 떠나버린 어느 선배 편집자가)

'기술자'로서 '숙련도'가 모자라서인가? '그런데도 후배들에게 무책임하게 '닥치고 물성에 집중!'이라고

설파하면, 없는 전망이 하늘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는 걸까. 뭐 남부럽지 않은 학벌로 처음부터 안정된

대규모 출판사에 취업해서 큰 과오 없이 대표로까지 승진한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도대체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그런 행운은 꿈도 꿀 수 없는 대다수들에게 자본주의를 지양하는

출판 구조를 지향하는 것이 직업적 전망이어서는 왜 안 되는가. .

다섯. 물론 편집자는 태어나지 않는다. 만들어진다. 그러나 표준화된 매뉴얼을 학습하고

경험의 축적을 통해 숙련된다고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책 만드는 일을 그럴듯하게 흉내내는 사람' '실제로는 책을

만들고 있지 못하면서도 책을 만들고 있다는 허위의식에 안주하는 사람'이다.

편집자는 오로지, 자신의 삶에 대한 치열한 긴장과 근본적으로 낯설고 새로운 세계일 수밖에

없는 타인에 대한 존중어린 관심이 체화되고 내면화되는 지속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