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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습] 서울출판예비학교에 관한 몇 가지 오해..(2010.4.)
작성자 똥개 조회수 2915 작성일 2014-02-18 03:55

우선 높은 취업률..

어디든 취업만 되면 된다고 본다면, 그리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분야, 직업적 전망을 기대할 만한 회사에 취없할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그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3기 이후부터는 일단 취업이 된 경우에도 1년 이내에 퇴사하는 경우가 상당히 높습니다. 눈에 보이는 취업자 수가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것은 취업의 질입니다.

다음... 출판편집에 관한 전과정을 인턴쉽하는가.

이것은 1기부터 4기까지의 교육 목표였습니다만, 현재 진행중인 5기 과정이 그러한 교육목표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스러운 점이 있으며(인턴쉽의 취지를 살린 실습 위주의 교육과정 운영에 상당한 제동이 걸려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향후 개설될 과정의 교육목표와 교육과정 및 교육 내용 역시 구체적으로 교수진이 구성되고 교육과정이 제시되어야만 판단할 수 있을 듯합니다.

또한,, 이 과정 수료한 신입을 우대한다거나, 그들을 고용한 출판사가 이 과정을 신뢰하고 있다는 것 역시, 1년 단위로 교수진과 교육과정이 개편되는 상황에서, 현재까지의 신뢰가 전혀 다른 교수진과 전혀 다른 교육과정에 대해서도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겠지요. 

끝으로, 지금 취업된다고 해도 신입 편집자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다고 느끼고 있다면, (어떤 교수진에 의해 어떤 선발 과정이 이루어질지 알 수 없으므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높은 취업률'과 '현장에서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교육과정이라면) 선발 과정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높은 취업률'과 '현장에서의 신뢰'가 생겨난 것은, 전혀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백지상태의 지망생들에게 당장 일할 수 있는 준비를 시켰기 때문이 아니라, 적어도 잠재적으로는 충분히 편집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데도 워낙 신입에게 취업 기회가 적은 나머지 적절한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을 뿐인 사람들을 선발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스스로의 능력에 자신이 없다면, 고작 여섯 달만에 현장에서 일할 수 잇도록 만들어줄 수 있는 교육과정은 존재할 수 없으며, 처음 서울출판예비학교가 출발했을 때의 교육목표도 그와는 거리가 상당히 있습니다.  혹시 그런 교육과정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99퍼센트 사기입니다. 

 

덧붙여... 

독자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유용한 지식, 지혜를 기획하고 판매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싶은 거야 모든 편집자들의 소망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 지식과 지혜가 실제로 독자의 선택을 받아 팔린 다음의 일입니다.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자위(마스터베이션)를 혼동하면 아주 곤란합니다. 그런 자부심 하나만 믿고 야근 철야를 불사하며 만들어낸 책이 창고에 쌓여 몇 년 동안 먼지만 뒤집어 쓰다가 결국 폐지공장으로 가게 되어도 계속 그 자부심이 유지될 수 잇을지요. 마음의 준비는, 자부심을 느낄 준비가 아니라 정반대로 일상의 다반사처럼 벌어지는 그 참혹한 결과에 대한 자괴감을 직면하고 감당할 준비여야 합니다.

 

출판 분야를 구체화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내가 가장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취업의 문들 두드리는 사람은 많고 취업의 문은 좁으므로 당연히 이 사이에는 경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으니, '비슷한 관심을 가지고 비슷한 분야에 취업하려고 하는 다른 사람보다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지'를 살펴야겠지요. 다른 어느 누구도 아닌 나만 할 수 있는, 다른 어느 누가 아닌 나 이기 때문에 해낼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어느 분야를 살펴봐도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찾아지지 않는다면, 죄송한 말씀이지만, '한때 출판편집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꾼 것으로 만족하고' 좋은 독자로 남으시는 편이 스스로에게도 또 사회적으로도 좋은 일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적으로 좋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약간 부언이 필요할 듯해서 다른 사이트에 올렸던 글 하나를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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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은 시절에 패기있게 꿈을 쫓아 노력해 보는 거 칭찬할 만한 일이지 말릴 일은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의 꿈이 그만큼의 값어치밖에 없느냐는 질타도 충분히 의미는 있습니다. 그런데.. 꼭 그렇게만 볼 문제는 아닙니다. 한번 도전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혹은 나중에 처자식 생기고 나면 다시 생각해도 늦지 않는다는 건 그 개인만 볼 때는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생각이지만, 사회 전체를 보면 꼭 칭찬할 만한 일은 아닙니다.

위에서 '편집자'님께서 간단한 산수를 하셨으니 저도 간단한 산수를 한번 해 보지요.
현재 단행본 출판 시장 규모를 2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2007년 기준이고요. 현장에서 체감하는 건 그보다도 적다는 게 통설이지만, 그냥 넉넉하게 잡아보지요.) 이 중에서 임금으로 돌아갈 수 있는 몫을 10퍼센트로 잡으면, 2천억원 정도가 최대한일 겁니다. 자 여기서부터 산수를 해 봅시다. 편집자들 중에는 월 1백만원도 안 되는 저임금 속에 악전고투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연봉 4-5천 정도를 받으시는 분도 있습니다. '생애 평균 임금'을 한번 생각해 봅시다. 아무리 못 돼도 연봉 3천은 돼야겠지요? 당장 얼마 받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10년이 되도 20년이 되도 그 타령이라면 그건 정말 곤란한 문제겠지요? 자.. 2천억원을 3천만원으로 나눠 봅시다. 몇 명이 나눠먹을 수 있을지... 6-7천명이 고작입니다. 그것도 넉넉잡았을 때 그렇다는 겁니다. 만일 시장의 규모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그리고 이 가정은 이미 현실입니다. 단행본 시장 규모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요.) 이 상태에서 1만 명, 2만 명이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자신의 소중한 꿈을 쫓아 어떻게든 이 바닥에서 일을 해 보겠다고 죽자사자 매달리면 어떻게 될까요. 전체적인 평균 임금이 반토막 반의 반토막 나겠지요. 이건 산수입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새로운 문제가 생겨납니다. 가령 중국집이 세개쯤 있으면 적앙히 공존할 수 있는 동네에 중국집이 일곱개쯤 들어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당연히 세개쯤 남을 때까지 한집씩 망해나갈 겁니다. 그런데 어떤 집이 제일 먼저 망할까요? 또는 어떤 집이 끝까지 살아남을까요? 짜장면 맛있게 하는 집? 배달이 빠른 집? 절대 아닙니다. 세개쯤 있으면 좋을 동네에 한 다섯개쯤 들어설 때까지는 맛있고 서비스 좋은 집에 어느 정도 승산이 있습니다. 그러나 7-8개가 들어서면 어차피 다들 힘들어지기 때문에.. 그 힘든 상황에서 오래 버티는 집이 살아남습니다. 짜장면 맛은 기똥차게 만들어내는 훌륭한 솜씨를 가졌다 해도 가령 빚을 많이 안고 시작했기 때문에 이자 대기도 벅차다면 금세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거지요.

어차피 몇 달 하다가 망해나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다가 망해야 후회가 안 남을 거같아 덤벼보는 패기는 얼마든지 훌륭한 일이지만, 문제는 그것이 그냥 놔두면 그렁저렁 꾸려나갈 솜씨 좋은 집들까지도 몇 달 못 버티고 문을 닫게 만드는 황당한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겁니다. 나 살기 바쁜데, 남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겠느냐면 뭐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게 과연 '책을 좋아하고 책을 사랑하기 때문에' 이 일에 꿈을 품었다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태도인가는 묻고 싶지요. 어차피 한번 도전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때가서 접을 수도 있는, 처자식 생기고 나면 혹시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게다가 아직은 정말 내가 이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큰 확신도 없는, 그래서 백일몽에 그치고 말 내 알량한 꿈 때문에, 나보다 훨신 더 이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들까지 '어떻게 하면 책을 더 잘 만들고 조금이라도 시장을 늘려 더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낼까'가 아니라 그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해서야 되겠느냐는 거지요. 그래서야 어디 좋은 책이 나오겠습니까.

늘 하는 얘기지만, 어차피 한 3년 정도 될 때까지는 쥐꼬리만한 월급조차도 실은 '일한 만큼의 대가'가 아니라 단지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투자'일 뿐입니다. (이것도 산수지요. 월 1백만원이면 연봉 1,200만원입니다. 초보 편집자가 과연 연 1억 2천 정도의 매출인들 책임질 수 있을까요?) 따라서 그 사람에게 더 이상의 미래가 없다면, 그래서 자의든 타의든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때까지 일하면서 받았던 임금이란, 실은 실제로 그 사람보다 훨씬 의미있는 생산활동을 했을 누군가가 마땅히 더 가져갈 수도 있었을 임금의 일부를 가로챈 것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스스로를 돌이켜볼 때, 여러가지 여건이 자신의 삶의 전망에 비추어 모자라서든, 또는 자신의 역량이 미래를 기약하기에는 모자라서든, 조금이라도 아니다 싶은 분들은, 빨리 다른 길을 찾아보시는 게 본인에게도 좋은 일이고 그나마 이 바닥에서 일해보려고 아둥바둥하는 여러 사람 도와주는 일이기도 하다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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